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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생각나는대로)

벌초 하던날

밤이슬 맞으며 사백리길 마다않고 달려 온 피곤한 몸이지만
아직 햇님도 잠이 덜 깨어 부시시 눈비비는 이른 아침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스스로 잠깨어 벌초 갈 준비를 했다

지금은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원래는 한 분의 몸에서 나왔고 모두가 똑같은 피를
나워가진 한 가족인 것을 우린 가끔 잊고 살았으니
고향 선산으로 향하는 모습들이 나름 비장했다.

힘들것이라는 염려와 조상님 산소를 내 손으로 다듬는다는 설렘으로 고향 산세를 음미할 겨를도 없이 팔을 걷고 각자의 장비를 챙겼다.

고요하기만 하던 산에 제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고
각자의 임무를 찾아가는 발을 내딛는 순간에 이미 땀은 온 몸을 적시었다.

땀방울이 눈물이 되어 흐르고
가슴은 연인과 키스하기 전의 목마름처럼 타들어가도
누구하나 자리에 앉아 쉬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을때 조상님 집을 지킨던 이름없는 잡초가
하나둘 사라져 간 자리에 전투적으로 사느라
잠시 잊고 지냈던 뜨거운 가족이라는 새로운 생명이 자랄것이다.

모두가 고된 하루였을테지만 흘린 땀방울만큼
몸과 마음이 새로운 것으로 채워질지니 이 모두가 우리의 뜻이고 하나의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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