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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설레임가득)

수원 화성 나들이


차창으로만 구경하던 화성을 꼼꼼히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갔으나
화성 전체를 돌아보지는 못하고 화홍문에서 서장대까지만 들러 보았다.


일단 가벼운 몸 가짐을 위해 방화수류정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더니 느낌이 좋다.
출입문이 양쪽으로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며 중앙 홀에는 벤치와 나무가 있다.
아마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화장실에 벤치가 왜 필요할까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약간의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나도 벤치에 앉아 같이 들어간 일행을 기다려 보았다.
맞바람이 불어서 더운 날씨인데도 시원하고 염려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화홍문
수원성의 북수문 위에 누각을 세워 화홍문이 이름 붙였다 한다.
화홍문은 수문 쪽으로 접근 하는 적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누각이라 하는데 누각에 올라보니
마루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은 화홍문(華虹門)의 동쪽에 인접한 높은 벼랑 위에 있는 정자로 그 아래에는 용연(龍淵)이라는 인공 연못이 있다.
경관이 뛰어나 방화수류정이라는 당호(堂號)가 붙여졌다고 하는데
방화수류정이란 뜻을 풀어보면 '꽃을 찾고 버들을 쫓는 정자'라는 뜻인데 각루의 기능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하지만 벽아래의 용연과 함께 경치 또한 좋은 곳으로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감시하기 적합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안문
수원성의 북문인 장안문은 북문이지만 한양에서 출발한 임금을 맞이하는 정문 역활을 했다고 한다.
장안문 내부에 들어갔더니 얼마나 시원한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열어논 양쪽 문과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땀으로 젖었던 옷이 금새 말랐다.
밖으로 나가면 바람 한점 없이 더운데 안에 들어가면 마치 한겨울 북풍 불듯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일행과 나는 밖에 나갔다가 안에 들어가기를 여러번 해 봤지만 그 이유를 알길은 없었다.

성벽을 따라 화홍문에서 출발하여 장안문을 한참을 지날때까지 평지여서 잠시 지루하던 길이
제법 가파르기 시작하더니 제법 숨이 차 오를 무렵이 되니 그 유명한 서장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장대는 팔달산의 꼭대기에 있어 사방 100리가 한 눈에 보이는 곳으로 군사지휘본부로 일면 화성장대라고 한다.
정조가 화성에 방문하면 이 곳에서 군사들의 훈련상태를 점검하였다고 한다.
이 아름답고도 역사적인 건축물이 취객에 의해 전소 되었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암튼 훌륭히 복원되어 그나마 다행이였다.


수원 화성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말로만 듣고 그저 차를 타고 지나면서 괜찮다는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화성의 성벽을 꼼꼼히 둘러보니 벽돌 하나와 성벽의 구멍 하나에도 과학적인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행과 나는 서장대에서 내려오면서 성벽 너머와 안쪽에 즐비한 고층건물들을 바라보며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해 보았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제로 부터 해방이 되면서
이 훌륭한 성안에는 기품있는 한옥 건물 외에는 어떤 건물도 지을 수 없게 하여
생활하는 사람들 집은 한옥 체험 마을이나 여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 곳에는 자동차도 출입하지 못하고 오로지 마차로 운송하게 하며
모든 상가도 한옥으로 만들어서 주막 비슷한 유흥가를 만들게만 하였다면
아마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곳에 서로 들어와 살려는 주민과 상인이 넘쳐나고
그렇게 된다면 이 수원 화성이 가장 한국적인 가장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을 얻지 않았을까?


터무니 없는 상상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었다면
오천년 역사라고 말만 하면서 삼백년도 안된 미국도 미국만의 랜드마크가 있는데
한국은 도무지 한국적인 랜드마크가 없다면서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빌딩을 구경하러 한국에 오느니
차라리 그 나라 색체가 강한 남미나 히말라야 오지로 관광 가겠다는 미국 친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을텐데..

문득,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골목하나, 건물의 창문 하나도 그대로 복원하여
유네스코도 감탄하게 만든 폴란드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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