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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생각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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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절에 눈 한번 감았다 뜨고나면 천지간에 꽃들이 흐드러 지고 그 꽃들 채 보기도 전에 어느새 꽃은 또 지고.. 꽃 진 자리마다 하루가 다르게 무성한 잎새들은 작은 바람결에도 수줍은듯 여울 거린다. 도심속 거리의 조경으로 심어진 대형 화분속 청보리의 일렁거림이 바쁜 발길을 잡는데 그 보리 한줄 뽑아 입에대고 삘릴리 보리피리 불면 어디선가 종달새 포르르 날아와 줄것만 같다. 남자의 가슴이 이렇게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그저 비온 뒤에 산 기슭에 그윽한 운무같이 갈피를 잡지 못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였다. 부질없이 아름다운 계절 탓을 해 본다. 다른이의 어리석움 마저도 너그러히 용서해줘야 할 것 같은 이 아름다운 계절에 나의 가슴에서 숨쉬고 있는 이 외로움은 도대체 용서가 되지 않는다.
우리시대 자화상 맨날 다니는 길가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인데 볼 때마다 인상이 구겨진다 과연 누가 앉고 싶을까?? 한번도 사람이 앉아 있는걸 본적이 없다. 왠지 저기 앉으면 앉는 사람도 쇠사슬에 묶여져 있는 느낌일듯.. 저 의자 주인은 누군가 앉아서 휴식을 취하길 원하기는 하는걸까?? 차라리.. 저 흉물스런 물건들을 치우거나 쇠사슬이 풀리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끝선의 정렬 혜인중기에서 몇일 전 수입해서 바다건너 온 후로 아직 시승도 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굴삭기가 참하게 진열되어 있기에 행사전에 한컷!!
대전 도솔산 내원사에서 대웅전과 스님과 백구의 공존 3월이 되고서도 좀 처럼 봄이 되길 거부하는 날씨 때문에 계속해서 비와 눈이 내리기를 거듭하다가 모처럼 화창한 햇살 가득한 봄 기운이 만연한 오후를 무료하게 보내는게 아까워 가까운 도솔산에 올랐다. 눈이 내린 직후라 등산로 주위 나무들에 쌓인 눈이 녹는 중이라 눈 녹은 물이 떨어져 옷과 머리가 형편없게 되어서 아쉬운 맘을 뒤로하고 내원사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대한 불교 태고종파의 내원사는 정말로 아담하기 그지 없었다. 전각이라고는 사진 속의 대웅전과 종무소와 스님들이 기거하는듯한 건물이 대웅전 오른편에 자리하고 대웅전 왼편에는 새로 지은듯한 웅장한 대적광전이 위풍당당히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위풍당당한 대적광전 보단 아담할 뿐더러 그나마 뜰의 나무들에 가려서 현판조차 읽..
충무로 극장 요즘 누가 영화를 보려면 종로, 충무로를 가야 한다고만 생각하겠는가? 동네마다 지하철 환승역 주변에는 멀티 플렉스 건물이 빽빽하고 화질이 첨단인 태블릿,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 친구 중에는 아직까지도 '모름지기 대작은 대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법이야' 라면서 굳이 먼 길을 가는 녀석이 있다. 뭐, 그 영향으로 나 역시 가끔 '대작'을 보러 대한 극장을 들러본다. 오히려 예전의 대한극장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런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대한극장은 꽤나 멀티플렉스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8층에 올라가면 이렇게 멋진 하늘 공원이 있기에 오히려 나는 대한 극장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남산에 올라갔다가 순환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충무로에 내린 뒤 다시 하늘 공원을 올라가는 코스는 제법 재미있..
부모은중경탑 융릉의 동쪽에 있는 용주사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효성전이란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부모은중경이 새겨진 탑이 있다. 드라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용주사에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정작 효성전 앞은 다른 전각에 비해 한산했다. 어느 노부부만이 부모은중경이 새겨진 탑을 세밀히 읽고 있을 뿐이었다. 노부부가 자리를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효성전에 들어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빌며 백팔배를 했지만 나의 마음은 부모은중경 탑을 얹어 놓은듯 무겁기만했다.
벌초 하던날 밤이슬 맞으며 사백리길 마다않고 달려 온 피곤한 몸이지만 아직 햇님도 잠이 덜 깨어 부시시 눈비비는 이른 아침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스스로 잠깨어 벌초 갈 준비를 했다 지금은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원래는 한 분의 몸에서 나왔고 모두가 똑같은 피를 나워가진 한 가족인 것을 우린 가끔 잊고 살았으니 고향 선산으로 향하는 모습들이 나름 비장했다. 힘들것이라는 염려와 조상님 산소를 내 손으로 다듬는다는 설렘으로 고향 산세를 음미할 겨를도 없이 팔을 걷고 각자의 장비를 챙겼다. 고요하기만 하던 산에 제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고 각자의 임무를 찾아가는 발을 내딛는 순간에 이미 땀은 온 몸을 적시었다. 땀방울이 눈물이 되어 흐르고 가슴은 연인과 키스하기 전의 목마름처럼 타들어가도 누구하나 자리에 앉아 쉬는 ..
이별의 끝을 잡고.. 신도시 개발로 주위는 온통 아파트 숲을 이루고 태산도 깍아 버릴 듯한 불도저가 사방에 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 골목은 아직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내일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허물어져 가는 흉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이곳에도 어떤 가족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있을진대 자꾸만 사라져 가는 골목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