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소소한기록)

비내리는 천안 자연누리성의 밤 막걸리는 연꽃잎으로 마신다




비내리는 오후 "밤 막걸리" 마시러 가자는 유혹에 못 이겨서 퇴근을 서둘러 천안으로 향했다.

목적지인 자연누리성은 천안 시내를 벗어나 23번 도로 공주방향으로 이십여분을 더 가야한다.

무슨 막걸리 마시러 이렇게 산골짜기까지 가느냐는 투정을 하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인데 자연 누리성이라는 입간판을 들어 서면서 투정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도착할 때가 해그름 무렵이라 외부 경관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었던게 못내 아쉬웠지만 설레는 맘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밤 막걸리를 주문하니 연잎전과 같이 나왔다.

두~둥..

막걸리 항아리를 내려 놓는데 막걸리 빛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노란 빛깔이었다.
일단 한잔씩들 잔에 따르고 의식을 치르듯 건배를 하고 목으로 넘기니 여태까지 마신 막걸리는 막걸리가 아니었다.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서울 막걸리도 약간 단 맛이 나고 또한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뒷맛을 지울 수 없는데..
밤 막걸리는 막걸리라는 생각보단 뭐랄까 구수한 슝늉을 마시는 느낌이 났다.
어떤이는 달달한 팝콘이 아닌 시골에서 갓 튀겨서 옥수수향이 채 가시지 않은 튀밥의 향이 난단다.

다들 맛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데 여기로 인도한 리더가 일장연설을 했다
"이 막걸리는 다른 막걸리처럼 완성된 막걸리에 밤즙이나 밤 향을 넣는게 아니라 밤자체를 넣어서 발효 시킨거라네요.
그래서 인위적인 단 맛은 전혀 나지 않고 밤 자체에서 나는 단맛만 나기 때문에 더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

안주로 나온 연잎전은 다른 채소 틈에 연잎을 아주 쬐끔 넣어서 구색만 갖춘게 아니라 주재료가 연잎이고 다른 채소는 색깔을 이쁘게 하기 위해 넣었다는 느낌이었다.

맛은 매콤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지만
씹히는 질감과 느끼하지 않은 단백한 맛은 밤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라 해도 과한 칭찬이 아니었다.

원래 자연 누리성은 천안시에서 지원하는 연꽃 축제로 유명한데
이미 연꽃이 지는 시기고 해그름 무렵에 도착해서 연꽃은 못 보았지만 가든 전체에 연잎이 무성하고 폭포도 있고 등등 잘 꾸며놨다.

참고로 연잎을 넣은 닭,오리 토끼 백숙등도 하는데 우린 닭 백숙을 먹었는데 맛도 일품이었다.
다음엔 낮에 가서 주위의 유명한 광덕산을 등반하고 나서
요기로 와서 뒷풀이를 하기로 맹세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자연 누리성의 주소는 천안시 광덕면 원덕리이고
네비게이션으로 자연가든이나 자연 누리성이라 검색하면 나온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천안시내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술 마시지 않는 기사를 동반하고 가야한다는..ㅠㅠ